프랜차이즈 매장에 설치된 일회용 컵 반환기
프랜차이즈 매장에 설치된 일회용 컵 반환기

컵 하나로 지구 살리기

“일회용 컵을 사용할 경우, 환경 보증금 300원이 추가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지난 2022년 12월 12일,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환경보증금 제도, 이른바 ‘컵 보증금 제도’가 시작됐다.

‘환경보증금 제도’는 늘어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컵의 수거율을 높이기 위한 환경정책이다. 카페에서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이용해 테이크아웃을 할 경우, 300원의 환경보증금이 추가되고 이를 반환기가 있는 지점 혹은 반환기에 반환할 경우 현금이나 자원순환보증금앱을 통해 환급해준다.

해당 정책은 세종시와 제주도에 시범 운행 한 뒤 전국적으로 확산할 예정이었으나, 시행되고 6개월 이상 지난 지금, 전국 환경보증금제도 도입은 감감무소식이다.

환경 보증금 제도가 시작될 당시, 국내 저가 프랜차이즈인 M사와 B사 등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형평성 없고, 고객에게 보증금을 전가한다’며 보이콧 하는 브랜드도 등장했다. 그러나 계도 기간이 끝나고 단속에 들어가면서 보이콧을 하던 브랜드들도 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하게 됐고, 이에 점주들의 걱정은 늘어가고 있다. 과연 컵 보증금 제도는 지속가능한 정책이 될 수 있을지 소비자와 점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보증금 300원vs가격인상 300원

환경 보증금 제도는 보증금을 통해 개인 텀블러 사용을 증진시키고, 일회용컵은 회수해 재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대한 A씨의 의견은 그럴 바엔 가격 인상됐다 생각하고 300원을 더 내겠다는 입장이다. A씨의 입장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제주도 전체에 적용된 정책이지만, 사용되는 컵은 매장마다 상이하다. G사는 G의 로고가 인쇄된 컵을, C사는 C사 고유의 디자인 컵을 사용한다. 따라서 각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해당 브랜드 매장에서만 반납이 가능하다.

시내권과 떨어진 곳에서 거주하는 A씨는 주변에 매장이 없어 일회용 컵을 보관하던 중 짐이 돼 버리기도 하고, 매장을 찾아도 기기에 오류가 나 반납하지 못한 경우, 같은 브랜드임에도 기기가 없어 반납하지 못했던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플라스틱 재활용 통에 담겨 있는 환경보증금 적용 플라스틱 컵
플라스틱 재활용 통에 담겨 있는 환경보증금 적용 플라스틱 컵

문제는 또 있었다. 반납을 위한 바코드가 스티커에 인쇄돼 부착되는데, 바코드가 손상될 경우 보증금 반환이 불가하다.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세척하다가 바코드가 손상되기도, 보관 중 스티커가 떨어져 보증금을 날린 적도 있었던 것이다.

“일회용품은 편리하려고 사용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이렇게 불편할 바엔, 환경에겐 미안하지만 그냥 가격 인상됐다 생각하고 편하게 쓰려고요.”

환경을 위한 점주들의 울며 겨자먹기

환경 보증금의 불편은 소비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매장을 운영해야 하는 점주에게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기기 설치이다. 계도 기간이 종료되고 단속이 시작되며 전국 단위 프랜차이즈는 모두 바코드 인쇄기와 반환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점주 개인 부담인 것이다.

“차라리 모든 매장이 설치하면 억울하지도 않지, 개인 카페와 편의점에서는 환경부담금 제도가 적용되지 않아요. 우리보다 매장도 큰데 말이에요.” 즉, 환경 보증금이 모든 매장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개수 이상의 매장을 갖고 있는 프랜차이즈에만 적용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큰 규모를 자랑하며 도내 여러 지점을 갖고 있는 O사는 해당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매장에 부착된 환경보증금 제도 참여 매장 표시
매장에 부착된 환경보증금 제도 참여 매장 표시

기기 설치를 지원해주는 것으로 환경 보증금 제도에 대한 점주들의 부담은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의 허가를 통해 기기를 지원 받은 우도의 한 카페 주인은 기기 설치 부담만 덜었지, 직원을 통해서 반환하는 경우 환급해줘야 되는 돈에 대한 세금 처리 문제와 별도의 컵 구매 문제 등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많이 발생해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오염 물질이 조금이라도 묻어 있으면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불가능한데 G사와 같이 로고를 잉크로 인쇄한 경우 재활용이 가능한지, 코팅된 일회용 종이컵은 재활용이 불가능함에도 환경 보증금을 적용해야 하는지 등 환경 보증금과 관련된 의문과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 환경기구 그린피스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플라스틱 소비량은 87만 3833톤이며, 이 중 플라스틱 컵 사용량은 7만 4319톤에 이른다. 환경 보증금 제도를 통해 플라스틱 컵을 회수하고 재활용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자 하는 의도는 좋지만 아직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2023 신문제작실습/이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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