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을 재배하고 있는 고 모씨(52)의 모습
감귤을 재배하고 있는 고 모씨(52)의 모습

“이제랑 미깡 설러부러사켜.” 서귀포 대정읍에서 노지(露地)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고 모씨(52)의 말이다. 노지귤 농사가 갈수록 어렵고 힘들다고 한다. 노지귤이란 말 그대로 땅에서 재배된 귤을 뜻한다.

제주도는 원자재와 비료, 인건비 등 물가가 상승하여 영농의 부담이 늘고 있다. 인건비 상승뿐만 아니라 인력난까지 동시에 겪어 제주 농민의 어려움은 심화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물가 상승으로 수익이 많이 남지 않아 노지감귤 재배를 포기한 모습
물가 상승으로 수익이 많이 남지 않아 노지감귤 재배를 포기한 모습

“생산단가는 다 올라신디 귤 값만 떨어젼”

노지귤 영농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물가 상승에 있다. 한국비료협회에 따르면 원자재와 비료 값이 3년 전에 비해 60%나 뛰었다. 인건비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사람 구하기가 쉬운 것도 아니다. 서귀포시에서 노지귤 농사를 짓고 있는 오 모씨(83)는 “물가가 다 올라부난 아무리 농사 지어도 남는 게 어서”라고 하며 "힘들게 농사를 지어도 수익이 많지 않아 생활난까지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건비 올라도 일 할 사람 어서그넹 죽어지크라”라고 하며 인건비가 올랐음에도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결국 그는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고 비싼 인건비로 수익이 많이 남지 않아 감귤을 버리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감귤 가격마저 하락했다.  고 모씨(52)는 “생산단가는 다 올라신디 무사 귤 값은 안 올람신지..”라며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작년 감귤 수매가는 6,311원으로 2018년 전보다 20.8%나 떨어졌다. 고 모씨(52)와 오 모씨(83) 모두 노지귤 농사에 있어서 가장 힘든 점은 물가 상승에 있다고 밝혔다.

제주 대정읍에 위치한 노지감귤 밭 모습
제주 대정읍에 위치한 노지감귤 밭 모습

"이제는 사람들이 노지귤 안 사먹으매”

고 모씨(52)는 “모양은 안 예뻐도 노지감귤이 제일로 맛좋고 영양소도 합니다”라며 노지감귤의 장점을 늘어놓았다. 노지귤은 밖에서 자라나는 것이기에 다른 귤보다 모양은 울퉁불퉁하고 안 예쁘지만 그만큼 자연적으로 길러지는 것이므로 영양소는 풍부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예전만큼 사람들이 제주 노지감귤을 찾지 않는다며 한탄했다. 오 모씨는(83) “귤이 맛좋아도 사람들이 안 사먹으매”라며 매년 줄어드는 주문량에 근심이 늘고 있다. 노지감귤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줄고 있는 것인데, 만감류 시장이 커지면서 사람들이 노지감귤보다 만감류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만감류란 수확시기가 늦은 감귤류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레드향, 천혜향, 황금향 등을 말한다. 그는 “사람들이 이젠 미깡(노지귤) 안 사 먹엄수다. 30년 동안 노지귤 농사만 지어신디 어떵 설릅니까”라고 말했다. 만감류 시장이 커졌다고 해도 오랫동안 해온 노지귤 농사를 접고 만감류 농사로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날씨가 오락가락 해부난 귤이 맛어서져”

노지감귤 농사가 어려워지는 이유는 기후위기 탓도 크다. 노지(露地) 감귤은 하우스가 아닌 말 그대로 땅에서 재배한다. 그러다 보니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으로 갈수록 날씨를 예측하기 어렵다. 고 모씨(52)는 “날씨가 오락가락 해불민 귤이 맛 어서져 사람들 안 사먹으매”라고 말했다. 오 모씨(83)는 “날씨가 흐리거나 눈이 하영 오민 미깡 맛 어서질건디...”라며 날씨로 인해 낮아질 감귤 당도를 우려했다. 노지귤은 일조량이 많고 따뜻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 때문에 날씨가 흐려지거나 추워지면 귤 당도에 악영향을 끼친다.

한라산이 보이는 서귀포시 동홍동 노지감귤 밭 모습
한라산이 보이는 서귀포시 동홍동 노지감귤 밭 모습

“제주 노지귤, 우리의 것”

제주도 하면 떠오르는 특산물, 바로 감귤이다. 그 중에서도 노지(露地)귤은 하우스 귤이나 다른 만감류보다 당도와 영양소가 풍부하다. 노지귤은 말 그대로 땅에서 재배되기에 더욱 건강하고 신선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레드향, 천혜향, 황금향 등은 일본에서 개발해 도입한 품종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만감류 시장은 더욱 커지는 반면 노지감귤 규모와 생산량은 줄어들 가능성이 많다. 재배가 힘들기만 할 뿐 수요가 줄고 가격마저 받쳐주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영주십경 중 하나인 ‘귤림추색’을 더 이상 볼 수 없을지 모른다. 노지감귤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외래 만감류보다는 제주의 것, 우리의 제주 노지귤의 가치를 지켜 나가야 하지 않을까? < 고아름 / 2023신문제작실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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