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자연, 특히 오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주목해야 할 커뮤니티가 있다. 바로 '오르머'이다. '오르머'는 '오름을 오르는 사람들'이란 뜻으로 제주 오름을 기반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브랜드라 할 수 있다. 오름에 같이 갈 친구들을 사귀고 싶어서 커뮤니티를 만들었다는 '오르머'는 단순히 오름에 오르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오름 캠크닉, 제주 야외 요가, 오름 플로깅 등 많은 사람과 다양한 활동을 하며 오름에 대해 알리고 있다. 과연 이들은 어떤 방법으로 오름의 매력을 알리고 있을까.

'오르머' 홈페이지 이미지.
'오르머' 홈페이지 이미지.

232번 버스를 타고 516도로를 달려 도착한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서귀포시 남원읍 머체왓 숲길 방문객지원센터. 오전 11시가 되자 '오르머' 대표 윤선주 씨, 요가 선생님,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하나둘씩 모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날 체험한 오름 프로그램은 '제주 야외 요가'. 머체왓 숲길 방문객지원센터에서 요가를 할 수 있는 편백나무 숲까지 15분 정도를 걸었다.

머체왓 숲길 입구.
머체왓 숲길 입구.

산새 소리와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 소리, 말들이 뛰어가는 소리, 낙엽 밟는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숲속의 아름다운 풍경까지 보이니 저절로 힐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걷는 중간중간 윤 대표는 오름과 머체왓 숲길에 관해 설명했다. 머체왓은 돌(머체)로 이뤄진 밭(왓)이라는 뜻으로 목장과 서중천 계곡이 있는 머체왓 숲길과 머체왓 소롱콧길로 구성돼 있다. 돌로 이뤄진 밭이라는 뜻에 맞게 바위에 뿌리를 내린 나무가 있었다.

바위에 뿌리를 내린 나무.
바위에 뿌리를 내린 나무.

편백나무 숲에 도착해 요가 매트를 깔고 요가를 시작했다. 잠시 명상을 한 후 바로 동작에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바람을 맞으며 요가를 하니 바쁜 일상에 치여 요동쳤던 마음이 한결 가라앉고 편안해졌다. 여러 동작을 하고 명상으로 마무리를 하니 시간은 벌써 오후 12시 30분, 내 앞에는 따뜻한 보이차 한 잔이 놓여 있었다. 차를 마시면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프로그램 참여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제주에 2주 살기를 하기 위해 내려온 A 씨는 "전날엔 바닷가에서 요가를 해서 조금 쌀쌀했는데, 오늘은 숲속에서 요가를 하니 따뜻하고 바람소리가 좋다"며 "프로그램 신청을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여행하러 온 B 씨도 "명상할 때 본 하늘과 바람 소리가 너무 좋았다"며 "나중에 또 올 것 같다"고 말했다.

머체왓 숲길 편백나무 숲에서 요가하고 돌아가는 길.
머체왓 숲길 편백나무 숲에서 요가하고 돌아가는 길.

요가 프로그램이 끝나고 다시 머체왓 숲길 방문객지원센터로 돌아가는 길, '오르머' 대표 윤 씨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2017년 10월, 서울에서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제주에 내려와 여행사로 이직했어요. 반복된 일상 속 시간을 내서 혼자 제주의 자연을 즐기는 것이, 특히 오름을 오르는 게 아주 큰 힐링이 됐죠."

"혼자 오름에 오르다가 같이 올라갈 친구가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 2018년 7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오름에 함께 갈 사람들을 모집하게 됐어요. '오름 동호회'라고 칭할 수 있겠네요. 여기서 만난 사람들과 오름에서 연날리기도 하고 간단하게 음식과 와인을 나눠 먹는 활동을 지속해서 하다가 이걸 계기로 '오르머' 모임을 시작하게 됐어요. 2019년부턴 음악회, 운동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활동을 계속하다 보니 이걸로 창업하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죠. 2021년 7월,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공모전에 사업 아이템을 냈는데 우수관광벤처기업으로 뽑혔고, 이곳에서 받은 지원금을 자본으로 창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오름에 오르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활동이 그녀를 스타트업 대표로 만든 것이다. '오르머'는 현재 오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이와 별개로 굿즈 사업도 벌이고 있다. 자체 제작 굿즈에는 제주의 오름을 소개하는 오름 지도와 수첩, '오르머'를 대표하는 티셔츠와 양말 등이 있다.

프로그램과 굿즈 사업에 대해 얘기하던 윤 대표는 "이젠 오름을 소개하는 앱, 웹 플랫폼과 같은 정보성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며 "제주에는 아름다운 산, 바다 등이 있지만 '오름'만 한정해 사업을 하다 보니 사업 확장 가능성에 대해 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만 할 수 있는 오름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며 사업 방향성에 대한 말도 덧붙였다.

윤 대표는 지금까지 운영했던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은 '제주 야외 요가'와 '오름 캠크닉'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고, '오름 드로잉'이나 '오름 커피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어요. 또 사회공헌활동으로 플로깅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가끔 이벤트성으로 할로윈 파티나 운동회가 진행되기도 해요."

이어 윤 대표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오름 캠크닉'과 '제주 야외 요가'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오름 캠크닉' 프로그램 활동 모습.
'오름 캠크닉' 프로그램 활동 모습.

"'오름 캠크닉'은 제주의 다양한 오름을 돌아다니며, 간단한 음식이나 도시락, 발열 식품을 먹고 여유를 즐기는 프로그램이에요. 최대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고,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구분해서 활동이 모두 끝난 후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어요. 오름에 올라가서 음식을 먹고 여유를 즐기는 것이 이 활동의 전부지만, 계란, 귤, 라면 등 자연에서 음식을 먹으면 맛도 더 풍부하게 느껴지고 천천히 오래 자연을 느끼는 것은 매우 신선한 경험이라 생각해요."

"'제주 야외 요가'는 평평한 곳에서 해야 해서 오름이 아닌 머체왓 숲길에 있는 사유지 편백나무 숲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입장료와 사용료 등은 마을과 협약을 맺어서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오름 프로그램에 대한 답변을 듣다가 윤 대표가 가장 즐겼던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궁금해 물었더니 그녀는 고민도 없이 바로 '오름 운동회'라 답했다.

"제주에 이사 온 사람들이나 장기 여행자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운동회를 하는 게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제주어, 오름에 대한 퀴즈도 하고, 계주 등 다양한 게임을 했죠. 이 프로그램을 정기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긴 한데, 준비 시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인건비도 많이 들어서 아직은 계획만 세우고 있네요."

"오름 운동회가 가장 생각나는 이유는 이곳에서 만난 친구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제주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사장님인데 이후에 엄청나게 친해져서 잘 지내다가 게스트 하우스와 오름 프로그램을 접목해 숙박 연계 관광 상품을 만들었죠."

그녀에겐 사업도 사업이지만 '오르머' 활동을 통해 만난 사람과의 인연, 그리고 제주 자연을 맘껏 느끼는 과정 속 특별함이 소중해 보였다.

"오름은 비슷한 위치여도 구도에 따라 풍경이 달라요. 요즘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데, 오름도 등산과 매우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산은 웅장하고 장엄하지만 오름은 10분 정도만 올라가면 마을, 밭, 말 등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풍경들을 한눈에 볼 수 있죠. 이 풍경을 바라보는 게 저에겐 매우 큰 힐링이 됐고, 힘이 됐어요."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에서 바라본 마을과 목장.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에서 바라본 마을과 목장.

"또 오름에서 느껴지는 바람의 매력도 커요. 오름에서 맞는 거센 바람은 정신 차리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솔솔 부는 바람은 위로받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탁 트인 풍경이 보이는 오름에서 멍때리고 있는 시간이 소중했고, 많은 사람이 오름의 매력에 빠져 저처럼 이런 경험을 해보고 힘을 얻으면 좋겠어요."

오름을 오르며 힘을 얻었다는 한 청년은 어느덧 스타트업의 대표가 돼 자신이 받았던 힘의 원천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녀가 바라는 '오르머'의 미래는 무엇일까.

"'오르머'가 가장 추구하는 목표는 바로 재미입니다. 제가 오름을 오르면서 힘을 얻은 것처럼 '오르머'를 만나는 모든 분이 재미와 힘을 얻었으면 해요."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맛보고, 이곳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발판을 만들어주는 '오르머'. 우리 모두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오름을 한껏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정수아 / 2022 신문제작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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