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아파트먼트' 외부 간판.  '도화북스'는 3층과 4층에 위치해 있다.
'도화아파트먼트' 외부 간판. '도화북스'는 3층과 4층에 위치해 있다.

"여기는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지 발길을 반갑게 들일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책을 사가냐 안 사가냐의 유무에 따라서가 아니라, 그냥 이 공간에서 책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가치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독립 서점도 많고 동네 서점도 많아진 요즘, 오윤희 대표(36)는 서점 운영을 계획할 때부터 책방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도시를 벗어나서 살 수 없는 운명인 것 같다는 그는 첫 독립도,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지금도 서울시 마포구의 '도화동'과 함께하고 있다. 그러다 결국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책방을 구성하게 됐다고. 이제 막 1주년이 지난 서점이지만, 주민들에게 이곳은 도심 속 쉼표 같은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책방의 주변은 아파트 단지와 회사, 호텔이 있어 북적인다. 시끄러운 차들의 소음과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골목을 따라 올라가 보자. '도화북스'가 있는 곳은 빵과 커피가 있는 복합문화공간 '도화아파트먼트'. 고소한 빵 냄새와 진한 커피 향이 입구부터 방문자를 반긴다. 오는 길이 더웠을 거라며 따뜻하게 맞아주는 오윤희 대표와 함께 궁금했던 이야기를 나눠봤다.

'도화북스'의 오윤희 책방 대표.
'도화북스'의 오윤희 책방 대표.

■ 작가에서 책방 대표로, '도화북스' 오윤희 대표 

오윤희 대표는 책방을 운영하기 전부터 <오늘은 수제맥주>라는 책을 출간하고, 여행 매거진 '트래비'와 맥주 매거진 '비어포스트', 네이버 포스트 '아트인사이트' 등 다양한 플랫폼에 발자취를 남겼다.

"저는 외국계 기업 홍보팀에서 근무했고, 그다음엔 대표이사 비서로 일을 했어요. 저는 되게 외향적인 사람인데, 그때 당시 회사에서는 수동적인 역할밖에 할 수 없었죠. 그런데 사이드 잡은 제가 주체가 되어서 도전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회사에 다니면서도 에세이 수업이나 번역 수업을 수강하는 등 여러 가지 배움을 했죠. 글도 연재하고요. 결국 글을 쓰고, 생각하고, 뭔가를 남기는 일의 본질은 책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저의 장점이자 이점이 되어서 서점을 준비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됐어요."

좋아하는 것에 꼬리잡기하듯 파고들었다는 오 대표는 좀 바쁜 취미 생활을 했다며 웃어 보였다. 작가에서 독립 서점 대표가 되기까지 가장 큰 원동력이 된 것은 역시 책 아니었을까. 글 쓰는 일과 책방 운영 사이에서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삶은 그가 지향하는 일상이다. 

'도화북스'의 가장 대표적인 아이덴티티는 '도시생활자'.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동네 골목에 위치한 서점인 만큼, 이곳의 주민들과 라이프스타일로 공감하기 위해 '도시생활자'라는 키워드를 선정하게 됐다고 한다. 

"계속 가져가는 저희의 모토는 도시생활자를 위한 공간, 도시생활자를 위한 큐레이션, 도시생활자를 위한 콘텐츠라고 할 수 있어요. 작년에는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단계였다면, 올해는 그 안에서 좀 더 모양새를 갖춰가는 단계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인상적인 문구의 환경 관련 책 큐레이션.
인상적인 문구의 환경 관련 책 큐레이션.

■ 베스트셀러보다는 취향과 정성이 담긴 큐레이션으로

'도화북스'는 다른 서점에선 잘 볼 수 없는 서적들로 개성 있는 색깔을 보여준다. 오윤희 대표는 "베스트셀러보다는 새로운 책의 발견을 돕는 것이 이곳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가장 판매량이 많았던 책을 소개했다.

"가장 판매량이 많은 책은 도화북스 맞은편에 있는 비건 식당 '베이스 이즈 나이스'의 주인장님이 쓰신 <her begetables>예요. 로컬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분야인 것 같아요. 서로가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저기서 식사하시고 오셔서 여기서 책까지 구매하시는 루트가 굉장히 긍정적이고 선순환이 되는 구조인 것 같아요."

동네 책방의 특색을 살린 서적 외에도 뉴욕의 독립 서점을 연상케 하는 외국 서적이나 빅 북, 팝업북, 그림책 등은 '도화북스'만의 특별 분야다. 특히 매달 새로워지는 책 큐레이션은 방문할 때마다 기분 좋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어떻게 영감을 얻고 큐레이션 주제를 구성하는 걸까.

"저희 모든 멤버가 매번 머리를 꿰매고 싸매서 지정하고 있어요. (웃음) 인터넷으로 신간의 입고 소식을 받고, 그중에서도 저희 서점과 결이 어울리는 서적들을 고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다른 서점에 방문해서 벤치마킹도 하고요."

앞으로는 여러 큐레이션 분야 중에서도 '인사이트'와 '문화' 분야 큐레이션이 강화될 예정이다. 

유유 출판사와 함께한 기획전 '나라는 브랜드 만드는 법'.
유유 출판사와 함께한 기획전 '나라는 브랜드 만드는 법'.

■ 책을 파는 공간? 문화를 즐기는 공간!

인터뷰를 진행한 날에도 3층에서는 유유 출판사 도서의 기획전시가 한창이었다. 전시와 동시에 '줌(Zoom)'을 이용한 작가와의 비대면 북 토크도 이루어진다. '도화북스'에서는 이 같은 기획전시나 북 토크 외에도 작가와의 만남, 독서 모임, 취미 클래스 등을 서점 내부에서 진행한다.

독립 서점도 밀가루 브랜드 '곰표'처럼 책이라는 콘텐츠 위에 파생될 수 있는 콘텐츠의 영역을 활발하게 열어둔다면 여러 방향으로 가치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윤희 대표. '도화북스'는 손님들과 직접 교류하면서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한다. 그렇게 이곳은 단순히 책 판매만 하는 곳이 아니라, 하나의 커뮤니티 공간이자 문화 공간이 됐다.

오 대표가 생각하는 '도화북스'의 차별점은 '브랜드와의 협업'이다. 작년에는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과 협업해 아이 동반 고객에게 '웰컴 기프트 북'을 제공했고, 현재는 화장품 브랜드 '클레어스 서울', 가구 브랜드 '무브먼트 랩'과의 협업을 진행 중이다. 그는 "여러 가지 영역에서 협업하는 게 서점을 발전하게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새로운 협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기 위해 평소 뭐든지 많이 읽는 편이라고 전했다. 

'도화북스' 3층 내부 모습.
'도화북스' 3층 내부 모습.

■ 종이책과 오프라인 서점의 공통점...'가치'

"코로나는 누구에게나 위기거나 기회였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어려웠던 코로나였기 때문에, 그 안에서도 해결할 방안들은 스스로 개척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코로나 시국에 오픈한 서점이어서 힘든 점도 한계도 많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화북스'는 이곳만의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서점은 여러 문화 행사를 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인데, 코로나로 인해 대면 모임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며 희망을 잃지 않는다.

"결국 저희가 할 수 있는 방향은 꾸준하게 이곳을 찾을 수 있는 매력들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프라인이 많이 죽는다고 해도, 100% 죽는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온라인이 강화된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고, 그 안에서 생존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아요. 오프라인 서점만이 가진 소중함을 느끼게 되면 발걸음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영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점차 증가하고, 그 역할 또한 넓어지고 있는 지금. 오윤희 대표는 또다시 종이책을 꺼내 든다. 그가 아무리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즐겨 봐도 자신의 이면을 마주하도록 하는 건 결국 책이다. 

"선인들이 남긴 지성과 지혜는 책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이 남긴 건 결국 기록이잖아요. 물론 유튜브나 여러 가지 인터넷 정보들도 있지만, 사람이 사피엔스인 이상 생각을 해야죠. (웃음) (중략) 책이라는 매체는 자신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인생의 해결책을 정답까진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문답을 할 수 있게 만들어요. 저한테는 그래요."

'도시생활자의 인사이트'라는 주제로 큐레이션 된 서가.
'도시생활자의 인사이트'라는 주제로 큐레이션 된 서가.

인터뷰를 마치고 혼자서 책방을 한참 둘러보았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서가 구석구석에서 고심한 흔적이 더욱 고스란히 느껴졌다. 다가오는 여름에는 휴양지 대신 독립 서점에 가보는 건 어떨까?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 분명 마음이 알차게 채워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2021 신문제작실습 / 박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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