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민규 , '실행이 답이다', 더난출판

  이제까지 살아온 내 인생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은 순간은 바로 군대에 있을 때이다. 사회에 있을 때는 스마트폰,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정보와 재미를 얻을 수 있었기에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 하지만 군대에 있었을 무렵에는 유일한 재미가 바로 독서였다.

  처음부터 독서가 재밌지는 않았다. 독후감 대회가 열려 포상휴가를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부터 나는 진중문고에서 책을 빌려보기 시작했다. 같은 생활관에서 최고참이었던 내가 TV를 보지 않고 책을 읽기 시작하자 후임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우리 생활관에 독서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출판문화론 수업 때 주어진 과제로 독서릴레이를 해야만 했다. 원래는 가족과 해야 하지만 하나뿐인 여동생은 워킹홀리데이 한다며 호주에 가 있는 상태였고 아버지와 어머니 역시 매일 일하시느라 바쁘셔서 독서를 권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다른 대상을 찾기로 했다. 나에게 ‘가족’과 같은 존재가 있다면 누가 있을까? 대부분 친구들을 떠올리겠지만 나는 문득 군대 후임 동생들이 떠올랐다. 군생활 당시 나는 동기가 한 명도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후임 동생들과 더욱 친하게 지냈다. 2년 동안 동고동락한 사이로 지내다보니 정말 친형제처럼 지냈던 동생들이 독서릴레이 대상으로 제격일 것 같았다.

  오랜만에 동생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렇게 단체 톡방이 만들어지고 나의 소중한 동생 3명이 모이게 됐다. 다들 사는 이야기가 오가는 도중에 군생활 당시 함께 독서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독서릴레이를 시작하게 됐다.

  독서릴레이를 하기 위해 책을 고르러 서점에 갔다.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세 명의 독서 취향을 살펴보면 각자 달랐다. 2살 어린 학진이는 주로 실용적인 책을 읽었다. 사업가가 꿈인 학진이에게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경제관련 책을 읽고 권해준 적이 있었는데, 학진이는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월급을 꼬박꼬박 모으며 100만원 남짓을 모아서 나갔다. 이 외에 현주와 병헌이는 학진이보다 더 많은 분야의 책을 읽었고 현주는 소설, 병헌이는 철학적인 책을 좋아했다.

  모두의 취향을 고려하고 우선적으로 나는 읽기 쉬운 책을 찾다 ‘실행이 답이다’라는 책을 찾았다. 우리 모두 병장이었을 당시 ‘전역하면 공부 열심히 해야지, 운동 열심히 해야지’ 등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나간다. 하지만 전역 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생각이 실행으로 옮겨지기까지는 정말 힘이 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자기계발서 한권을 골라 제일 먼저 읽기 시작했다.

  틈틈이 짬을 내서 일주일 간 매일 저녁 잠자기 전에 책을 읽었다. 책을 읽고 나서 다음 주자에게 책을 넘기면 되는데 동생들은 모두 제주도가 아닌 타지에 살고 있었다. 학진이와 병헌이는 광주, 현주는 순천에 살고 있어 책을 전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책을 사라고 돈을 보낼까 생각해봤지만 책이 생각보다 비쌌기에 사주지 못했다. 책을 택배로 보내는 방법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번거로운 일이었다. 그러다 문득 도서관이 떠올랐다. 출판문화론 수업을 하며 도서관 방문을 하다 보니 도서관 시스템을 이해하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동생들에게 도서관 방문을 권했다.

  그러자 3명 중 유일하게 대학을 다니고 있는 병헌이가 바로 학교 도서관을 방문해 독서릴레이 두 번째 주자가 됐다. 병헌이는 주말 하루를 이용해 책을 다 읽고 나서 서평을 보내줬다. 병헌이는 옛날부터 생각을 바로 실행에 옮기는 동생이었다. 그래서인지 병헌이는 책의 내용에 공감하며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고 했다. 병헌이는 이 책에 대해서 “성공의 사전적 정의는 목적을 이루는 것인데 이 책은 그 목적을 이루는 방법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있어. 목표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목표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라고 말해줬다.

  병헌이를 시작으로 같은 광주에 사는 학진이가 세 번째 주자가 돼주길 바랬으나 일하느라 바쁜 학진이에게는 재촉하는 것은 부담일 것 같았다. 마침 순천에 사는 현주와 병헌이가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들어서 현주에게 책읽기를 권했다.

  현주는 현재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어서 비교적 책 읽을 시간이 많았다. 현주는 군대에 있을 때도 책에 대한 관심이 많은 동생이었다. 주로 소설 책을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걸 좋아했다. 자기계발서는 뻔한 내용이라 잘 안 읽는다던 현주는 이 책을 읽고 동기부여가 됐다며 책을 추천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림을 보내줬다. 현주는 군대 있을 당시부터 그림을 배우고 싶었는데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은 그림에 소질이 없고 그림은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의 내용 중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작게 쪼개서 하면 된다라는 부분에서 용기를 얻어 자그마한 캐릭터를 따라 그리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앞으로 카페 일을 하면서 시간 날 때마다 취미삼아 그림을 그리면 실력이 늘 것 같다며 좋아했다. 독서릴레이를 통해 동생의 삶에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에 나 역시 함께 기뻤고 생각을 실행으로 옮긴 현주가 대견스러웠다.

 

세 번째 주자인 현주가 보내준 그림. 현주는 독서릴레이 이후 그림 그리는 취미가 생겼다.

  마지막 주자인 학진이에게는 엄청난 소식과 함께 늦게 연락이 왔다. 학진이는 광주에서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아 과일 장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장사를 그만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진이는 사업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피자를 배우려고 집에서 독립해 원룸에서 지내며 피자집 직원으로 취직했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일이었는데 책을 읽고 결정한 일은 아니지만 자신의 생각을 실행하는데 있어 현주의 변화와 책의 내용이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과감한 선택이라 걱정도 들었지만 군대에서부터 지켜봐온 동생이기에 격려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줬다.

 

이번 독서릴레이에 참가한 동생들. 병헌이(좌)와 현주(우).

   단순히 과제를 하기 위해 시작했던 독서릴레이가 나와 동생들의 생활을 일부분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똑같은 책을 읽고 각자 느끼는 부분이 달라서 신기했다. 생각은 누구나 쉽게 하지만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책으로 현주가 먼저 실행에 옮겼고 학진이 또한 영향을 받아 용기를 얻어 큰 결심을 하게 됐다. 어떻게 보면 책의 메시지가 나비효과를 불러온 것이다. 이게 교수님이 말한 독서릴레이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독서릴레이를 통해 다시금 동생들과 연락하게 되어 좋았고 연말에는 광주에서 다 같이 모이기로 약속을 잡았다. 이번 모임에서 동생들과 나눌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2017 출판문화론 / 언론홍보학과3 이숭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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