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든 어디에 있든, 김나래 저>

  잠이 오지 않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우연히 책 한권을 알게 되었다. 최근 들어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던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담긴 여행 책을 찾고 있었다. 스물여섯 나는 무작정 뉴욕으로 떠났다, 지금이 아니면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표지에 적힌 이 문장은 책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오랜 고민 없이 바로 책을 구입했고 3일을 기다려 책을 받아 볼 수 있었다.

  여행 에세이를 읽은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 책을 들고 있으니 왠지 어디론가 떠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국내 여행을 했던 작가들의 책을 보고 여행계획을 세워보기도 하고 따라 여행을 해본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책의 작가가 다녀온 곳은 즉흥적으로 떠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곳은 뉴욕이었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뉴욕으로 유학을 다녀온 작가. 놀랍게도 그녀의 직업은 모델이었다. 안정된 삶을 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뉴욕으로 떠난 그녀. 사실 책 초반부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유학을 가기까지의 준비과정은 그녀 역시 정신없이 바빴기에 책 또한 그 바쁨이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내가 책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부분은 책의 내용이 중반을 향해 달려갈 때 부터였다. 뉴욕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서 그녀가 느낀 생각과 글들은 같은 20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많은 공감이 되었다.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모든 문장 하나하나가 내 마음 속에 확 꽂혔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작가는 아무것도 없는 뉴욕에서 힘들었지만 자신이 원했던 일을 할 수 있어 만족한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한다. 나는 아직 내가 정확히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무언가를 시도하고 싶고 변화하고 싶지만 쉽사리 행동하지 못하는 나는 늘 이런 식이었다. 아직 정확한 꿈도 목표도 없는 나와 달리 작가는 자신의 꿈을 향해 뭐든 해보려 노력하고 부딪쳤고, 내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고 있었다. 나는 지금 뭐하고 있지? 이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아 너무 답답했다.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나를 찾아 떠날 수 있는 용기와 그 결단력이 너무 부러워 책을 읽는 내내 ‘멋있다’라는 세 글자를 계속 외쳤던 것 같다.

  김나래 작가가 첫 책을 출간하고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책을 많이 팔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단 그냥 내 책이 필요한 사람에게 갔으면 좋겠어요”라고. 그때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 간다.’라는 말이 나에게 확 와 닿았다. 내가 읽은 이 책이 나에게 있어 그 ‘필요한’ 책이 되어 와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깊게 고민하고 정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면 평소에는 잘 안 풀리다가 항상 예상치도 못한 순간 해답을 얻곤 한다. 나에게 필요했던 책이 정말 우연히 예상치 못한 순간에 선물로서 다가 왔다.

  누구나 저지른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저지르는 자만이 새로운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지금껏 혼자 있는 시간이나 평소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너무 무기력하게 살았던 것 같다. 이 책의 작가처럼 기회가 왔을 때 꿈을 찾아 떠날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젠 진짜 나를 찾아야겠다는 생각, 나도 나의 길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이 어디든 말이다.

  여행에세이는 읽고 나면 당장 떠나야 할 것만 같아 그 후유증이 너무 크다. 책을 다 읽을 때쯤 내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조금은 달라져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됐다. 우연히 발견한 책이 딱 내 스타일이여서 소중한 선물을 받은 것처럼 너무 좋았다. <2017 출판문화론 / 언론홍보학과 3학년 고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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