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가장 오래 된 기억은 4살적의 기억이다. 어릴 적 나는 폐렴 등 각종 잔병치레로 2년 여간 병원에 입원했었다. 당시 나의 작은 몸에 링거 주사를 계속 맞다보니 상체엔 더 이상 맞을 곳이 없어 발 까지 주사를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의 병원에서의 기억은 너무 생생히도 기억난다.

“아이고 우리 석헌이 잘 참네!”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해야 됐던 걸까? 나는 그 어린나이에 억지로 눈물을 꾹꾹 참아가며 두꺼운 주삿바늘을 버텨냈다. 이 20년도 넘는 과거의 기억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이유는 당시 너무 아픈 기억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칭찬 때문이었을까?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저 아팠던 자극적인 기억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인생을 돌아보면 칭찬과 내 기억의 조각들은 항상 관련되어져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참 칭찬에 약한 사람이다. 그래서 꿈도 자주 바꿨다. 7살 때는 과학 관련 학습지를 구독 받아서 매일 들여다보곤 했는데, 할머니께서 “아이고 우리 손주 잘도 요망지다! 공부도 하고” 이 한마디에 당시 꿈을 과학자로 정했다. 이어 소방관, 자동차 정비공, 선생님 등으로 이어오다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게임을 잘하는 친구로 불려 결국 꽃 같은 20대 초반의 2년은 프로게이머 지망생을 하다가 꿈을 접게 됐다. 사실 지금도 진로에 대해서는 많이 갈팡질팡 하는 편이다. 섣불리 나에게 빈말일지라도 칭찬은 신중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이 책을 가족 독서릴레이에 추천한 이유는 가족들에게 칭찬의 힘을 꼭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 가족은 서로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 그냥 주로 일상의 스케줄이나 이슈에 대한 소소한 대화만 주고받는다. 사실 이상하게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칭찬을 하려고 하면 괜히 민망함이 머리 끝 까지 차올라 결국 말을 못 뱉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뱉더라도 괜히 빙빙 돌려서 놀리듯이 전달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우선, 우리 아버지에게 책을 전달해드렸을 때 반응은 “대학교 4학년이 이런 것도 하냐?”라는 반응이었다. 며칠 후 아버지께서 책을 돌려주셨고, 한줄 평은 책에 등장하는 칭찬 10계명 중 한 줄을 적어주셨다.

“긍정적인 눈으로 보면 칭찬할 일이 보인다.”

  사실 이 문장은 어떻게 보면 그냥 그저 맞는 말이다. 마치 “과식을 하면 배가 부르다.”와 같이 인과관계가 명확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우리 아버지의 필체는 정말 명필이신 것 같다. 아버지는 은퇴하신 후 요새 서예에 빠져 살고 계신다. 내 글씨는 왜 이 모양인가 싶다.

작년 아버지의 서예대전 특선 작품

  다음 타자는 우리 가족 중 누구보다 바쁜 누나였다. 처음 부탁 했을 때 시간이 없어 참여를 못할 것 같다고 했지만, 누나는 이 책을 예전에 읽어본 기억이 있었기에 한줄 평 정도는 써줄 수 있다고 했다.

“칭찬은 가장 쉬우면서도 강력한 자극제”

  누나는 이미 예전부터 칭찬의 힘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형제자매간의 대화에서 칭찬을 듣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들다고 생각한다. 뭐 나부터가 칭찬에 인색하니, 그럴 수밖에.....

   가족독서릴레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우리 가족은 드라마틱하게 변한 건 크게 없었다. 난 오히려 좋다. 서로 말은 안 해도 알게 모르게 따뜻하게 서로를 품어주는 가족이 있기에, 굳이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마냥 따뜻한 가족이 있기에!
<2017 출판문화론 / 언론홍보학과 4학년 김석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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