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면서 엄마의 빈자리를 느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엄마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늘 곁에서 보살펴주고 자기 자신보다 나를 우선으로 생각하시는 엄마를 계속 내 옆에 있어줄 ‘당연한 존재’로 여겼다. 하지만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을 읽으면서 우리엄마도 엄마이기 전에 한 사람이고, 여자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내 옆에 항상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나를 위한 희생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엄마가 나를 위해 해주던 일이 엄마의 몫만은 아니라는 것을.

  과제를 받고 가족들과 함께 읽을 책으로 어떤 책이 좋을까 고르던 중, 우리 집 책장 속에 있던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부터 가족독서릴레이에 적합한 책이었다. 이 책은 꽤 오래전부터 집에 있던 책이었지만 아직까지 읽지 않았던 책이었다. 이 책은 엄마가 실종되고, 엄마를 잃은 자식들이 엄마를 찾으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엄마의 큰 존재와 사랑을 차차 깨달아 가는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책을 읽는 동안, 책 속에서 딸이 엄마를 대하는 태도가 나랑 너무 닮아있어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에 눈가가 촉촉해졌다.

  고3때, 엄마에게 미안했던 기억이 생각났다. 수능 날 아침, 아침부터 예민했던 나는 엄마가 차려놓은 아침밥에 화를 냈다. 아침메뉴는 미역국이랑 소고기완자였다.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을 망친다는 소문이 생각나서 나는 다짜고짜 화를 냈다.
“엄마 왜 미역국이야? 이러다 나 시험 망치는거 아니야?”
그리고 소고기완자를 먹었는데 양념이 잘 안되었는지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아무 맛도 안나잖아!!!! 아 진짜 짜증나!!!!”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짜증이 났는지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한 엄마한테 괜한 화풀이를 했다. 그렇게 화가 난 채로 집을 나섰다. 수능 점심시간, 엄마가 싸주신 도시락을 먹는데 그제서야 미안함이 들었고 수능을 마치고나서 아빠를 만났다. 아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 이야기를 전해줬다. 엄마가 오늘 하루 종일 내 걱정만 했다고, 수능 며칠 전부터 회사에서 수능도시락으로 뭐가 좋을지, 소화도 잘되고 집중력도 강화시킬 수 있는 음식을 찾아봤다고 했다. 그리고 평소에 걱정이 많은 엄마는 이번에도 수능 도시락 생각에 잠을 못 이루셨다고 했다. 나는 너무 미안해서 바로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오늘 아침에 짜증내서 너무 미안해.. 엄마가 신경써서 만들었는데 화만내고..”
엄마는 아니라고 자기가 더 미안하다고 수능 보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도 계속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생각이 난다.
항상 잘해주시는 엄마한테 감사는커녕 짜증이라니 정말 나는 배은망덕한 딸이었다.

  그 일 이후로 부모님께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았다. 예전에는 매일 한 상에 모여 밥을 먹었지만, 요즘은 가족 모두 집보다는 밖에서 밥을 먹는 일이 많아졌고 각자 일에 바빠서 같은 지붕아래 살면서도 얼굴 볼 기회는 적어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하나의 책을 공유함으로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울 수 있었다. 한 줄 소감을 적으며 책에 대해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들은 가족 모두 비슷했다.

<가족독서릴레이 한 줄 소감>
백다영(나) : 어머니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고, 앞으로 후회하지 않게 효도하고 표현해야겠다.
백천욱(아빠) : 두 번째 읽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다시 한 번 가족을 돌아보게 된 것을 감사하고 가족모두 사랑한다.
강경선(엄마) : 감정이입해서 읽다보니 읽는 내내 마음이 짠했다. 어머니의 소중함을 잘 살려낸 소설인 것 같다.
백하연(여동생) : 책을 읽고 나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고 앞으로 부모님께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이 시작 될 때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 라는 말이 나온다. 내 옆에 소중한 사람이 언제까지 같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집에서도 자주 밥을 먹으며 가족끼리 소통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사랑한다”라는 말을 자주 해야겠다.
<2017 출판문화론/ 언론홍보학과 3학년 백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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