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입 모양을 세 번만 움직이면 되는 아주 짧은 말이지만, 사랑과 미안함이 함께 담겨 있는 그런 말이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하고 자주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비록 그것이 사소한 상황일지라도. 식당에서 내 컵에 물을 따라 줄 때, 옷에 흘린 음식을 닦기 위한 휴지를 건네줄 때, 시간이 부족한 나대신 무언가를 해줄 때 등 정말 작은 부분에서도 고맙다고 말하려 한다. 아무리 작은 상황일지라도 그들은 나를 위해 한 행동들이기에, 당연시 여기지 않고 소중하고 고맙게 여기려는 생각인 것이다.

  나의 이런 생각은 문득, 다른 사람들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쯤, 나에게 가족독서릴레이라는 기회가 생겼다. 하나의 책을 선정해 온 가족이 돌려보고 그것에 대한 평을 들어보는 가족독서릴레이. 릴레이 책을 선정하는 것에 있어서 고마움을 담은 책으로 선정하고 싶었다. 그래서 무작정 집 근처 도서관을 가서 책들을 훑기 시작했고, 그 때 내 손을 뻗게 만든 책이 있었다.

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 저자 이철수 _ 출처 YES24

  내 손 끝에 닿은 책은 이철수 판화가의 ‘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였다.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항상 고마움의 표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나이기에 이 책에는 어떤 고마움들을 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책을 전하면서 당신이 있어 고맙다는 표현을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기도 했다.

  첫 주자는 나로 시작되었고, 다음 주자로는 엄마에게 책을 전하였다. 책을 건네받은 엄마는 주말 낮 따뜻한 장판 위에서 책을 읽고는 ‘지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미래의 내 시간이 아주 소중하고 귀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라고 말해주었다. 책을 읽는 동안 바닥을 따뜻하게 데운 장판보다 마음을 더 따뜻하게 데운 책이 되었기를 바라며 엄마의 소감을 들었다. 엄마의 다음 주자로는 아빠였다. 책을 받고 첫 장을 펼쳐본 아빠는 책의 글씨가 작다며 약간의 불편함을 호소하셨다. 그래도 딸 사랑 아빠는 틈틈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사람들의 끝없는 욕심이 나도 힘들고 너도 힘들게 하지만, 그래도 천천히 천천히 시를 쓰듯이 음미하며 살아가라 한다.’라며 나에게 소감을 전해주었다. 한줄 서평을 전하는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아빠가 온 신경을 집중해서 읽었던 모습을 생각하니 미안함과 함께 고마움이 느껴졌다. 매듭을 짓는 마지막 주자로는 남동생이 되었다. 평소 책을 등한시 하는 남동생이기에 이 기회에 책 한권은 더 읽었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책을 전해주었다. 관심 없는 표정으로 책을 건네받아 걱정이 되었지만, 이내 곧 ‘책 제목이 인상 깊고, 마음이 따뜻해졌다.’라고 느낌을 말해주었다. 이번을 기점으로 책을 좀 더 가까이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전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동생에게도 좋은 책의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책은 돌고 돌아 나에게 다시 돌아왔다. 끝까지 잘 달릴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던 릴레이였는데, 열심히 달리던 주자는 어느새 도착점에 발을 딛고 있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타지에 거주하는 언니에게는 전하지도 못하였다. 하지만 생각해본 적 없는 시도를 해볼 수 있었고, 올해가 가기 전, 가족들과의 추억 페이지를 하나 더 만들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2017 출판문화론 / 언론홍보학과 4학년 강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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