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섬 표지 : 출처 네이버E북

  나는 저번 학기에 제주 4.3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었었다. 제주에서 태어나 지금 까지 살면서 누구보다 제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었다. 하지만, 이 수업을 들으면서 너무 몰랐고 아는 것이 없었다. 수업 과제로 제주4.3평화공원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에는 그저 과제용 제출 사진 찍기에만 바빴었다. 4.3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관심 또한 없었다. 그런데 수업을 통해 나 자신에게 부끄럼과 창피함을 느꼈고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도서관을 방문하여 4.3 관련 서적을 찾아보았다. 그때 ‘불타는 섬’이라는 책이 가장 눈에 띄었다. 처음에 ‘불타는 섬’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섬이 불에 타버린 사건인가? 섬이 빨갛다는 뜻인가? 등등에 많은 의문점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기로 결정했다. 불타는 섬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에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인 즉, 제주 4.3사건을 다루는 책이다.

  4.3사건, 굉장히 자주 들어봤을 것이고 많이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모른다. 내가 그때 시절에 살았던 것도 아니고 주변에 그때 시절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학창시절 때에도 개념적인 것만 배웠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4.3사건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몰입이 너무 잘 되었다. 특히 주인공 강철승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4.3사건에 피해나 상황에 대해 듣는 장면에서 사실적인 표현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때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고 끔찍했는지 피해 상황들이 책 속에 잘 나와 있었다.

“4.3 사건 그 난리 통에 얼마나 무서운 일들이 벌어졌는지 자넨 말해도 모를 거여. 살인 방화에다, 약탈과 절도에다, 관공서 파괴에다 한밤중에 경찰지서를 습격해서 죄 없는 순경을 죽이질 않나. 어떻게 된 시국인지 경찰관이 안심허고 다리 펴서 잘 수 없는 세상이었어.”(책 중간 부분에 나오는 대사)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서술방법이다. 재향경우회(대한민국의 전직 경찰 단체) 회장의 입장에서는 4.3을 공식적인 기록의 역사로 이야기한다면, 마을 훈장님을 통해서는 제주도민의 입장에서 4.3에 대해 다른 견해를 전하고 있다. 이런 두 가지 입장을 전해들은 주인공은 자신이 만나는 사람들 역시 여전히 그 사건의 영향을 받고 있고 우리는 책을 통해 좀 더 신중하게 다가가게 된다.
나는 앞에서 이 책을 결정한 이유가 ‘불타는 섬’이라는 제목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책을 읽다 보니 나의 궁금증이 풀렸다. 4.3사건이 발생했던 시절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거나 실종이 돼서 가족들도 많이 잃고 가정이 망한 곳이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 책에서는 ‘빨간 물 들어 망한 집’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렇게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의 행동이나 생각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을 잘 전달하는 것 같다. 4.3사건이 발생한 당시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후에 4.3에 영향으로 인해 남은 사회적, 문화적 환경이 어떠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내가 이제 곧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면서 취직을 준비하는 취준생으로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외국어 실력이 앞으로 점점 중요해질 거 같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약소국가에선 외국어 실력이 특히 중요할 거라고 봅니다. 약소국가는 자기네 뜻대로 세상을 살지 못하고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대세를 따라가야 하는데, 강대국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면 외국어를 잘해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라는 대사가 있다.

  나도 평소에 오직 대학교 졸업과 인증을 위해서 600점만 넘으면 되니까 라는 생각으로 영어공부를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 이상을 잘해야 한다. 큰 회사에 들어가려면 고득점은 필수이고 어학연수나 유학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세상이 이런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영어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렇게 오직 시험을 위해서 공부하는 것은 흥미도 떨어지고 왠지 하기 싫어진다.

  예나 지금이나 강대국들에 맞춰야 하고 그들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것은 똑같은 것 같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역사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한다. 국가에 기록된 것은 우리가 아는 뻔한 스토리에 역사이다. 하지만 서민들의 입장에서 들어보는 것이 진정한 역사이고 그들의 머릿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절대 해결할 수 없는 고통이다. 역사, 그리고 그때 모든 사건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정부 차원에서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있다면 그리고 우리들의 관심과 공부가 더해진다면 앞으로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것이다. 우리는 역사는 절대 끝난 것이 아니다. 사건, 사고 모두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2017 출판문화론 / 언론홍보학과 4학년 김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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